아이삼(교내 인트라넷)을 모니터링하다 보면 가끔씩 구인/구직란에 과외를 구한다는 광고가 올라오곤 한다. 보통 이런 광고는 포스팅한지 한 시간 만에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에게 있어 과외란 가장 쉽게 생활비 버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활비를 버는 것 이외에도 학기 중에 과외를 한다는 것. 물론 공부도, 하고 싶은 과외 활동도 조금은 포기해야 하지만 내가 지나쳐온 과정을 다시 지나고 있는 아이들과 부모님들과의 만남에서 의외로 배우는 것이 많다. 열명의 초등학교 아이들을 그룹으로 가르친 적이 있다. 집을 매월 돌아가며 방문하기 때문에 내가 가르치는 초등학생 부모님들과의 만남도 잦은 편이었다. 아이들과 부모님을 함께 접하며 놀란 것은 아이들 모습 속에서 놀랍도록 짙게 투영되어 있는 그들 부모님의 모습이다.
내가 가르치던 한 아이는 정말이지 표정이 없었다. 우스운 이야기를 해도 웃지 않으며 본인에게 관심을 표해도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눈에 띄지 않았다. 이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아이의 아버지가 무겁게 말씀하셨다. “얼굴 펴.” 아이가 얼굴을 펴며 활짝 웃었을까? 아이의 굳은 얼굴을 보고 싶은 부모는 없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아이 아버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평소에 굳은 부모의 얼굴을 보며 지낸 아이가 어떻게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소를 강요 받는데도 미소지을 수 있을까. 반대로 어떤 아이는 항상 웃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물어보면 선명한 기쁨을 드러내며 이야기 한다. 너무 밝아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돈데 이런 아이의 모습을 그 어머니에게서 봤다. 항상 이야기하는 모습에도 미소와 여유가 있고 가족이 토요일에 함께 지내는 가족의 시간을 소중히 한다. 또 다른 아이는 어린 나이에 조용하지만 무척 배려심이 강해서 놀랐는데 아이의 어머니 역시 수업 시간을 정할 때도 항상 배려해주시는 모습을 지니셨다. 부모의 태도와 모습이 아이의 모습에 이토록 직설적으로 담겨 있다는 게 너무도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웠다.
선배처럼 선배먼저라는 캠페인 문구처럼, 우리의 선후배 사이도 크게 다르진 않다. 새삼스러울지 모르지만 대학 시절은 놀랍도록 빨리 지나간다. 뭔가 조금 배웠나 보다 싶으면 어느 새 한 학기가 끝나있고 졸업을 목전에 둔 4학년의 시기는 우리가 1학년 때 흔히 보는 고학번 선배들만큼이나 쉽게 다가온다. 내가 1학년 때 3학년 선배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후배는 따라쟁이다.” 그만큼 선배가 무심코 내뱉는 말이나 행동에도 후배들은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말인데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선후배가 이 정도니 부모 자식간의 영향력은 오죽할까. 리더십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모델링’이라고 한다. 팔로워(Follower)들이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리더가 바람직한 모델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인데 모델링은 공적인 자리뿐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항상 영향력을 고려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리더의 극한의 인내심과 끝없는 고민을 영양분 삼아 자란다. 매일 한 순간도 빠짐없이 그 부담을 감당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꿈이 있다면 나는 내가 영향력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충실했는지 생각하면서 그 무게를, 가치를 가늠해보곤 한다.
신재호(경영경제 03)
한동신문 136호(2009. 10.15)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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